
에너지 자원이 제한된 우주 환경에서 인간은 어떻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최근 우주 탐사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의 활용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지속 가능하면서도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로켓 추진뿐만 아니라 우주 기지, 행성의 탐사 로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원자력, 달 탐사 기지 에너지원으로 주목
인류가 달에 기지를 짓는다면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할까요? 태양광 에너지는 우주에서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보이지만, 에너지 전환 효율과 간헐적 특성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달에서는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에 한 달 중 약 15일은 태양광을 활용한 전력 생산이 불가합니다. 반면, 원자력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어 효과적인 에너지 공급원입니다. 또한, 발전 과정에서 열에너지도 얻을 수 있어, 태양 에너지를 얻기 힘든 달의 뒷면에서도 기지 운용이 가능합니다.

우주강국들이 유인 달 탐사 재개와 함께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전력 운용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선택하고 있는데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중국과 공동으로 달에 설치할 원자력발전소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두 나라는 2033∼2035년 사이에 달 과학기지에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영국우주국(UKSA)은 미래 달 기지에 에너지를 공급할 우주 원자로 개발에 나섰습니다. UKSA는 향후 10년간의 연구개발 활동과 자금 지원 계획을 담은 ‘우주탐사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2040년까지 진행할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우주 원자로를 지목했습니다. 현재 인공위성,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망원경 등의 에너지 생산을 맡고 있는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은 우주공간에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하여 장기간의 우주 탐사와 지구 밖 인류의 거주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유럽우주국(ESA), 화성 탐사 로버에 원자력 전지 탑재 예정
우주 탐사 로버에도 원자력 에너지가 활용될 예정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은 2028년 발사 예정인 화성 탐사 로버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에 원자력 전지를 탑재할 계획입니다. 이 로버는 방사성 원소인 아메리슘을 활용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사용하던 기존의 열전 발전기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플루토늄을 사용했는데요. 로잘린드 프랭클린에 사용되는 아메리슘 기반의 열전 발전기는 플루토늄에 비해 전력 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아메리슘의 반감기가 432년으로 사용 기간이 플루토늄에 비해 5배 더 깁니다. 또한, 아메리슘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얻기 때문에 플루토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출처 : NASA
이처럼 원자력 에너지를 활용해 인류는 더욱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우주를 탐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원자력은 특히 태양광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미래의 우주 탐사와 기지 건설에서 원자력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는 더 먼 우주를 탐사하고 더 오랜 기간 동안 우주에 머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글 : 과학저널리스트 정현섭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3508823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