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여러분, 요즘 유럽에서 ‘핫한 나라’가 어딘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물론 경제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볼 때에 말이에요.
네에~ 정답은 마크롱 대통령이 햇수로 8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프랑스입니다.
우리에게 프랑스는 지금껏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선진국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고수해온 나라인데요. 최근 몇 십 년간의 행보를 보면 프랑스의 발전 국면이 다소 장기간 둔화 상태에 머물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갑분’ 올랑드 전 대통령을 언급해 올랑드 님께는 죄송하지만 그가 집권 1년 차이던 2013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2013년 5월에 프랑스 내각은 비상 상태였다고 해요. 여섯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프랑스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는 내부로부터의 자성이 터져 나왔거든요.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는 제로(0) 성장 시대에 들어갔다”라며 실책을 인정했고, 르몽드 등 유력 매체들은 “독일 경제를 배워야 한다”라며 일제히 정부에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웬일인지 양국의 입지가 바뀌어버린 것을 우리는 목도할 수 있습니다. 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프랑스 1.3%, 독일 0.9%로 전망했습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지난해 41년 만에 최저치(7.3%)를 찍었고, 외인직접투자(FDI)는 영국과 독일을 앞질러 2019년부터 4년 연속 유럽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독일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주요 20개국(G20) 중 최악의 경제 성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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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지표가 이렇게 뒤바뀐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경제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다각적인 이유와 시장 상황을 지금부터 찬찬히 함께 살펴보시죠.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출처:베를린 로이터 연합뉴스)
일단 프랑스의 성공 배경엔 규제 개혁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에 힘을 실었습니다.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낮췄고, 기준을 간소화해 고용유연성을 높였으며 실업수당 수급 조건도 개선했습니다. 행정 처리 절차도 간소화해 기업 관련 인허가의 행정 처리 소요 기간이 지난 5년간 평균 17개월에서 9개월로 단축됐습니다. 투자은행(IB) 출신답게 마크롱 대통령의 공격적인 친(親)시장 정책이 성과로 나타난 겁니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프랑스에게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6년간 런던 금융권에선 7,600여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는데요. 사라진 7,600여 개 일자리 중 3,000여 개가 파리로 이동했습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영국에 있던 본사·지사를 파리로 102개, 프랑크푸르트로 63개 옮겼습니다.
또 하나, 원전 확대 정책도 묘수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프랑스는 2022년 데이터 기준으로 전력 중 62.6%가 원자력발전인, 세계에서 원전 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입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원전 의존도는 30.4%, 미국은 18.2%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1월 17일(현지 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첨단산업시대의 안정적인 전력원으로서의 원자력발전의 진가에 대해 다시 한번 밝히기도 했습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프랑스는 이에 대응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원전 6기를 짓고 있고, 6월쯤엔 새 원전 8기 건설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024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
이와 반대로 독일은 탈(脫)원전 정책을 편 대표적인 나라죠. 지난해 10월 어느 일간지(한국경제 2023.10.04.자)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최측근이 “메르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로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에 '과의존'하게 됐다”라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메르켈 전 총리의 수석 경제보좌관을 지낸 라르스 헨드리크 뢸러로 2011~2021년까지 독일의 수석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인물인데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메르켈 정부가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노르트스트림 송유관을 통해 들여온 러시아산 천연가스(PNG*)에 대한 의존도를 과도하게 키운 점을 인정했습니다.
독일에서는 현재 '메르켈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찬반의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조짐이 명백해지고 있던 시기였는데도 “탈러시아 대책을 적기에 수립하지 못했다”라는 비판이 거세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PNG) 의존도가 전체 에너지 수요의 27%에 달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한 뒤엔 러시아산 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독일은 극심한 에너지 위기에 시달리게 됐죠.
*PNG (Piped Natural Gas) : 소비지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부설하여 가스전에서 채취된 천연가스를 간단한 정화처리만 거친 후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공급하는 방식.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액화 공정이 필요하지 않기에 가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LNG (Liquefied Natural Gas) : 천연가스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이기에 차지하는 부피가 매우 크고 에너지 밀도도 낮아서 천연가스를 옮기거나 보관할 때는 영하 161도까지 냉각하여 액체 상태로 만드는데, 이 상태의 가스가 바로 LNG다. 그러면 부피가 약 6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운송 및 보관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현재 독일 내각인 올라프 숄츠 연립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이전보다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에 집중하고 카타르, 미국 등으로부터 LNG 수입량을 대폭 늘렸습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 승인도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탈원전 의지만큼은 여전히 확고한 모양새입니다. 크리스티안 호프만 독일 정부 대변인은 지난해 “4월 15일 핵발전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이미 끝난 얘기”라고 못박았었는데요. 이후에도 독일의 노선이 변경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LNG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에너지 수요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명암으로 살펴보는 원전 정책 방향을 살펴봤는데요. 원자력발전과 핵융합은 막대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AI가 시대의 화두로 급부상한 이때, AI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원전이 다시 디폴트가 돼 가는 이 시점에서 독일의 이러한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자료
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219259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219360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248435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0043445i
매일경제신문
https://www.mk.co.kr/news/business/10924443
조선일보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654583&cid=70129&categoryId=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