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 풍력터빈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나라로 꼽혀왔습니다. 한국산 풍력탑은 세계시장을 제패하기도 했으며,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생들이 설립한 풍력터빈제조기업 유니슨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나라 해상풍력산업의 잠재력을 말해주는데요.

제주와 서남해에서는 이미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울산 앞바다에선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도 설치될 계획입니다. 한국 최초로 준공된 해상풍력발전단지는 2017년 9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30MW규모의 제주탐라해상풍력입니다. 제주도는 당시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강자였는데요. 1998년부터 육상풍력인 1.2MW 행원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었고 ‘탄소제로 2030 계획’을 수립해 풍력, 태양광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스마트그리드 보급에 앞장섰습니다.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의 첫 풍력터빈은 2019년 5월에 시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계획발표에서 착공, 시운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한국해상풍력은 서남해상풍력 60MW 실증단지에서 많은 실증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해상변전소를 실제로 설치해 지금도 개량 중이며 해상풍력과 수산업 공존 방안도 모색했죠. 모노파일, 석션버켓, 자켓 방식 등 다양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도 실증했습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舊 두산중공업)는 창원공장에 풍력터빈 제조공장을 짓고 3MW, 3.3MW, 5.5MW, 8MW급 풍력터빈을 제조하며 2029~2030년 사이 20WM 풍력터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한국해상풍력에 파견나와 근무하던 발전사 직원들은 자사로 복귀해 해상풍력 핵심인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상풍력은 현재 400MW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향후 2GW급 확산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최초의 공공주도 해상풍력발전 사업인 한동·평대 해상풍력사업을, 전남도는 신안해상풍력발전사업을, 울산시는 울산 앞바다에서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시동 중입니다.

원전기자재 업체로 유명한 우리기술은 최근 압해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에도 뛰어들었고, 유니슨은 초속 4.2m/s 이하 저풍속에서도 발전할 수 있는 저풍속 풍력터빈을 개발해 한국 해상풍력의 경제성을 높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잠재력은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으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 BP와 코리오가 한국의 해상풍력사업에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투자신고서를 산업부에 제출했습니다. 노르웨이 국영석유기업 에퀴노르도 석유공사와 함께 울산 앞바다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퀴노르는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도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해상풍력은 우수한 잠재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몇 가지 어려움도 있는데요. 우선 EU와 중국의 풍력터빈 제조기술과 재고량이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어 두산에너빌리티, 유니슨 등 우리나라 풍력터빈 제조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부산, 목포, 군산 등 주요 항구에 해상풍력 기자재 공장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이익이 일자리 창출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민수용성도 난제입니다. 해상풍력은 넓은 바다에 건설돼 어로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해상풍력 특별법을 추진하며 주민수용성을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부족한 전력망도 우리나라 해상풍력 활성화에 걸림돌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 수립한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서 호남지방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는 전력고속도로를 놓겠다고 밝혔지만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어려움과 함께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상업운전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더디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향후 해상풍력은 전력시장의 한 부분 을 차지할 뿐 아니라, 바다의 일부분으로서 훌륭한 해안 경관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강점을 가진 조선, 플랜트 등 연관 산업과 시너지도 큰 만큼 제2의 조선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신중히 움직이고 있는 해상풍력산업! 정부와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해상풍력이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 참고자료 ::

정책브리핑(1)

정책브리핑(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