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와 원자력의 만남,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수소는 미래를 이끌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하기도 쉽고, 공해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죠. 이미 상용화된 수소자동차는 주행 도중 공기를 정화시켜 ‘달리는 공기청정기’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소는 반응성이 강해서 화합물로 존재하므로, 수소를 얻으려면 에너지를 들여 분리해내야 합니다. 보통은 물을 전기분해서 수소를 생산하지요. 따라서 수소가 청정에너지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려 하는데요, 최근에는 원자력발전 역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소 생산 방식.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느냐, 무엇을 원료로 삼느냐에 따라 색상으로 구분합니다. © 그린포스트코리아
수소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 방식에 따라 색상을 부여해서 구분하는데요, 석탄을 이용한 가스화 공정으로 생산하는 ‘브라운 수소’, 천연가스를 이용해서 생산하는 ‘그레이 수소’,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 등이 있지요. 원자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레드, 퍼플, 핑크 수소라고 합니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보다 예측이 쉽지만 한 번 가동하면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워서 계속 전력을 생산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나오는 전력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전력, 그리고 원자로에서 발생해서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원전으로 수소 생산하고자 하는 미국·프랑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 시설 내 수소생산시설을 설치하고,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와 열을 바탕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실증 프로젝트가 한창입니다.
미 에너지부(DOE)에서 발표한 Hydrogen Shot Initiative에 제시된 전기분해 수소 생산 계획. 203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단가를
kg당 1달러까지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전력 단가를 낮추고 효율과 이용도를 높이는 한편, 자본 비용은 80%, 운영
및 관리 비용은 90% 이상 감축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실증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DOE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을 중심으로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의 타당성을 연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에너지부(DOE)에서 Hydrogen Shot Initiative를 발표하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203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단가를 kg당 1달러까지 낮추는 것이 그 목표입니다. 가동원전을 활용한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 역시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원전 강국 프랑스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2021년 10월 마크롱 대통령은 300억 유로 규모의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통해 원자력 수소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속 뛰어드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의 ‘원전 + 수소’ 현황은?
국내에서는 한수원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한수원은 여러 유관기관 및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지난 4월부터 ‘대용량 청정수소 생산/저장 플랜트 설계 및 인허가 대비 기반연구’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2024년 3월까지 해당 연구를 진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본격적인 대규모/대용량 플랜트 운영 기술 개발에 나설 방침입니다. 최종 목표는 원자력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여 수소 융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한수원은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원자력 수소는 전력 판매단가가 낮고, 가동률까지 높기에 경쟁력 있는 기반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림은 ‘2022 원자력 청정수소 비즈니스 포럼’ 유튜브 영상에서 캡처한 자료. ©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전통적인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해 쓰면서 에너지 안보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 두 에너지, 수소와 원자력의 만남은 우리나라도 충분히 에너지 기술 수출국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탄소중립의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떠오른 ‘수출원전+청정수소’ 사업모델에 많은 기대를 해봅니다.
[참고]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2022.04.29) -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2022.03.18) - 에너지경제연구원
2022원자력 청정수소 비즈니스 포럼 - 한국원자력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