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수소 ① 탄소 감축 시대, 신용이 된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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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ESG입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영향(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합친 말입니다. 이 ESG라는 용어는 2004년 말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가 작성한 보고서인 "살피는 자가 승리한다-변화하는 세상과 자본 시장의 연계(Who Cares Wins –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보고서 제목이 보여주듯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내용이었지요.
‘지속가능성’은 곧 신용
지속가능성은 ‘현재의 상황이 미래에도 지속되는 상태, 또는 능력’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성인은 카드나 할부서비스를 이용하곤 하지요. 카드나 할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이용하고, 비용은 나중에 지불하는 시스템입니다. 이처럼 비용을 나중에 지불할 수 있는 이유는 신용이 있기 때문이지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의 수입은 유지되니 지금 쓴 비용을 나중에 지불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지금이 아니더라도 정해진 시점에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근거는 소비자의 신용에 대한 평가지요. 소비자가 지금까지 꾸준히 일정한 수입을 얻었고 빚 상환이나 대금 지급을 미룬 적이 없다면 이를 근거로 앞으로도 제때 비용을 치르리라고 믿는 것입니다.
이처럼 신용이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상태를 지금의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신용이 보장되려면 지금의 상태가 미래에도 지속되리라는 확신이 필요하지요. 여기에는 경제적 상태만 포함되지 않습니다. 수입이 일정하더라도 사회적인 지위나 생활 습관으로 인해, 또는 법적인 문제로 인해 지출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신용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를 모두 포괄하는 ‘지속가능성’에 근거를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업이 ‘당연하게’ 지속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기업이 신용을 잃을 정도로 큰일은 부도와 같은 재정적 이슈일 뿐, 사업에 큰 영향을 줄만한 문제를 겪었더라도 지속적인 금융 거래에 영향이 없다면 관리해야 할 리스크일 뿐이었지요. 자연히 기업이 환경에 주는 영향이나 윤리적 활동과 같은 것은 부수적인 요소에 그쳤습니다.
ESG, 탄소 감축 시대에 신용을 평가하는 방법
그러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습니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ESG란 기업 활동의 비재무적인 측면이면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평가와 투자 결정은 더 이상 재무제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것이 2006년 발표된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ncr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입니다. UN은 앞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ESG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 가능한 형태로 정리한 것입니다.

UN PRI의 ESG 평가요소 © 삼성SDS
이후 ESG 경영은 빠르게 체계화되고 확산됐습니다. 지금은 주요국 대부분이 국가 차원에서 ESG 관련 정책과 규범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ESG 성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를 분석하고 평가한 결과에 따라 투자 결정에 반영하지요. 이러한 시스템이 거대한 ‘ESG 경영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내외 대표적인 기업들이 예외 없이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러한 ESG 경영 생태계 때문이지요.
ESG 생태계의 존재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현재의 ESG 경영과 투자가 결코 최근의 여론이나 정치적 지향성에 따른 일시적인 활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ESG 투자 결정에 영향을 주는 ESG 등급은 세계의 변화가 기업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기후변화든 사회적 불안정이든 기업의 활동과 잠재적인 손익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기업에게 이러한 변화는 모두 재정적인 위험에 해당하며, 이러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지요. 바로 현재의 예측 가능한 상황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식으로요. 투자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 환경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기업의 ESG 활동은 이러한 환경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