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수소 ② 중요해진 ESG, 더 주목받는 수소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왜 수소가 주목받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소에너지는 현재로서는 저렴하지 않고, 비교적 새로운 기술이라 이전에 없던 유통망이나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하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수소경제 생태계의 일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요. ESG 요소가 세계 시장에 깊이 뿌리내린 상황에서, 기업으로서는 어떻게든 여기에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수소자동차 시장이 생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여러 기업이 수소생태계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수소 산업 생태계는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이 거의 주도해오고 있었는데요, 2021년부터 수소를 핵심 산업으로 삼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이 모여 한국판 수소 어벤져스로 불리는 수소기업협의체 ‘한국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을 결성하면서 확장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참여기업은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의장사 3곳을 포함해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삼성물산, LG화학 등 17곳입니다(2022년 11월 기준).

2021년 9월 출범한 한국 H2 비즈니스 서밋의 창립총회 현장. 현재(‘22.11월 기준) 국내 그룹 17곳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Korea H2 Business Summit
이는 이들 대기업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수출할 때 ESG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SG 평가 요소 중에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도 있습니다. 따라서 화석연료 활용 비중이 높을수록 ESG 평가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입니다. 근래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식의 ‘탄소국경세’가 제정되어 수출중심 경제를 지닌 한국에는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란 해외에서 국경을 넘어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의 양에 따라 매기는 관세를 말합니다. 기업이 기업 활동 중 탄소를 많이 배출할수록 수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는 셈이지요. 자연히 에너지원을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와 수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수소기업협의체는 그 일환입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로, 전기를 이용하면 물로부터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전기를 만드는 데 재생에너지와 같은 청정 에너지원을 이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크게 낮출 수 있지요. 기업처럼 대규모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에너지를 보관하거나 멀리까지 운송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수소는 물질이므로 전기와 달리 저장과 운송이 간편합니다.
수소에너지 생산, 유통, 활용 공정 모두 명확하게 분리된 사업영역이 있어서 여러 기업이 협력하기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생산은 화학공업 분야, 저장은 기계 분야, 활용은 자동차나 전기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는 식으로요. 수소기업협의체에서도 수소 생산에는 SK E&S, 한화솔루션, 포스코 등이, 저장·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이, 운송 부문에는 한국조선해양,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했습니다.
2021년 3월 개최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SK·현대자동차·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기업이 2030년까지 수소의 생산·유통에서 저장·활용까지 수소경제 전 분야에 걸쳐 모두 43조 4천억 원의 ‘수소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주요 그룹별 수소경제 분야 투자 계획(안). 2030년까지 총 43조 원 이상의 수소 투자가 예상됩니다. © 연합뉴스
이처럼 날로 거세지는 ESG 평가의 압력에 맞서 수소생태계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에 의해 2021년부터 수소 관련 기업 중 수소사업 매출액 또는 연구·인력개발비의 비중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을 ‘수소전문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요, 2022년 10월 기준 수소전문기업은 52개사에 달합니다. 이처럼 향후 산업계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우리 기업들의 ESG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2022.10월 기준 수소법 시행('21.2.5.)에 따라 수소사업 매출액 또는 연구·인력개발비의 비중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수소 관련 기업 52개사가 ‘수소전문기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해당하는 수소 관련 기업 52개사가 ‘수소전문기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수소융합얼라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