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쓴다...바레인 세계무역센터(BWTC)
세계의 녹색 건축 ➃
세계의 녹색 건축 ➃
바레인은 중동에 위치한 섬나라입니다. 크기는 제주도의 1/3 정도로 중동 지역과 아랍권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데요. 1820년부터 1971년까지 영국 식민지였던 아픈 역사가 있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산유국이죠. 2018년 4월 4일 무려 800억 배럴짜리 대규모 해상 유전이 발견되면서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산유국들에 비해선 한참 부족한 양이지만요.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의 전경 © Shutterstock
바레인은 원유 외에도 건실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아랍권과 달리 여성들의 사회 참여율이 높고 술이나 돼지고기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영국 식민지로 있었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여 중동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체류하기 좋은 관광지이자 무역 도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바레인을 대표하는 건물 바레인 세계무역센터(BWTC) © Bahrainwtc
그래서인지 몰라도 바레인은 2008년 아주 멋있는 세계무역센터를 세웠습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 중심에 돛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는 이 건물은 50층, 240m 높이를 자랑합니다. 건물 모양은 전통적인 아랍 무역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하네요.
하층부에는 3개 층의 기단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단부에는 쉐라톤 워커힐 호텔과 함께 9,600㎡ 크기의 모다(MODA) 쇼핑센터, 고급 레스토랑, 푸트코트, 비즈니스 센터, 스파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역센터 건물 로비의 돔. 하층부에는 쇼핑몰과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 PREJU SURESH / Shutterstock.com
이 건물이 유명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를 쓰기만 하지 않고 생산도 하는 친환경 건물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는 두 개의 건축물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있는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는 두 건물 사이에 설치된 29m짜리 풍력 터빈 3개를 통해 전력을 생산합니다.

두 동의 건물 사이에 위치한 풍력 터빈. 사용량에 비하면 많지 않은 양의 발전량이지만, 무역센터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ibrar.kunri / Shutterstock.com
설계를 맡은 Atkins는 처음에 태양열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레인의 뜨거운 온도를 감당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풍력 발전을 선택했습니다. 전산 유체 역학과 정교한 풍동 테스트를 거치면서 풍력 터빈에서 생성하는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타워 모양을 그려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과 같은 테이퍼형 건물이 건설됐습니다. 타워 사이에 해상풍을 끌어들이고 뒤에서 부기압(양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바람이 터빈에 부딪히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이렇게 가속된 바람으로 3대의 거대 풍력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생산한 에너지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11~15%(연간 1,100~1,300MWh)를 충당합니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의 풍동 실험. 건물 사이에서 강한 바람이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풍력발전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 Bahrainwtc
건물 전체 운영 시간의 절반 정도에 풍속 15m/s ~ 20m/s 이상의 바람이 발생해서 최고효율로 발전하고 있다는군요. 터빈은 두 건물 사이에 60m, 98m, 136m 높이에 설치돼 있고 총출력은 225KW입니다. 바레인 무역센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물에 풍력 발전을 대규모로 구현한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절약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빌딩을 둘러싸고 있는 글라스 커튼월(Glass Curtain Wall) 구조에는 이중 광택 유리가 설치돼서 중동의 살인적인 태양열을 85%나 차단합니다. 덕분에 냉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지요. 게다가 층마다 필요한 양만큼만 공기를 보내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변풍량조절시스템(VAV)’을 적용한 덕분에 위치에 상관없이 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본 커튼월. 밖의 뜨거운 태양광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효과적으로 빛이 차단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Bahrainwtc

돔은 채광 역할을 해서 조명비용을 절약하는 데 기여합니다. © Bahrainwtc
그 외에도 건물 내에서 물을 재활용하는 수순환시스템, 무더운 기후에서 적은 에너지로 냉방을 유지하는 증발냉각, 내부의 시원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막는 고기밀창호 등이 적용되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여기에 내부 조명은 고효율 LED를 선택해 인근 빌딩들의 에너지 사용량보다 50%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대형 건물에 당연히 적용되는 시스템이지만 바레인 세계무역센터가 준공된 2008년에는 최첨단 설비였지요.

나선계단 아래쪽에는 LED 조명을 적용해서 장식적인 효과와 함께 조명의 사각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 Bahrainwtc
이 건물은 2006년 권위있는 건축설계·디자인상인 리프 어워드(LEAF Awards)의 ‘최고 기술 사용(Best Use of Technology)’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2008년에는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 최고 고층 건물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죠. 이 정도면 바레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