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독일 현장에서 만나는 지속가능한 미래
맥주의 나라 독일
독일하면 맥주, 맥주하면 독일이 떠오르실 텐데요. 그도 그럴 것이 독일에는 약 1,500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고, 생산하는 맥주의 종류만 해도 무려 7천 여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매년 10월 뮌헨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는 전 세계 약 600만 명이 방문하고, 축제 기간 동안 무려 800만 리터의 맥주가 소진된다고 합니다.

[사진1] 독일하면 맥주, 맥주하면 독일이죠. 독일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종류만 해도
무려 7천여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맥주의 명성만큼이나 독일은 정치·경제 분야에서도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나라인데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독일은 친환경 부문에서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최근 독일 연방경제기후보호부는 해상풍력 관련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한국과 독일의 에너지 분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한국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포메이션 트립’을 주최하였습니다. 재단은 이번 인포메이션 트립에서 독일의 해상풍력 관련 현황과 더불어, 친환경에 진심인 독일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 시내를 달리는 무탄소 버스·전기택시

[사진2] 함부르크 시내 곳곳에서 전기택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함부르크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탄소배출이 없는 ‘무탄소(emission-free)’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이었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emission-free’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2021년 말 기준 독일 내 등록된 zero-emission(탄소 제로) 버스는 1,360대, 대체연료 버스(전기·수소·메탄올 등) 4,516대라고 합니다. 아울러 2022년 7월 독일 연방 정부는 무탄소 버스 1,200대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함부르크시는 독일 내에서도 전기택시(e-tax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도입 초기 단 4대 뿐이었던 전기택시는 현재 총 160대로 늘어났으며, 전기택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460대를 추가 지원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도 몇 해 전부터 전기버스 등 친환경 교통수단이 널리 보급되고 있는데요, 최근 서울시는 경유차를 저공해차로 전환하는 등 대기질 개선 대책을 담은 ‘더 맑은 서울 2030’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2022년 1~8월 국내 전체 택시 등록 대수 24,841대 중 전기차는 9,618대(38.7%)로 올해 전기택시 1만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번 인포메이션 트립을 통해 국내외로 대기질과 환경을 생각한 교통수단이 더욱 빠르게 보급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회의 테이블에서도 엿볼 수 있는 독일의 친환경 마인드

[사진3] 이번 인포메이션 트립에서 방문한 총 6개의 독일 해상풍력 기업 및 기관들
독일 사람들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들의 생활 곳곳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포메이션 트립을 통해 총 6개의 독일 해상풍력 기업 및 기관을 방문했는데요, 많은 인원의 대표단을 맞이하면서도 방문 기업 중 단 한 곳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놀라웠습니다. 회의 테이블 위에는 늘 사기 커피잔이 준비되어 있었고, 물과 과일주스 등 음료는 유리병에 담겨있었습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손님을 맞은 뒤 설거지를 하는 등 뒷정리가 번거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환경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4] 인포메이션 트립에서 방문한 총 6개의 독일 기업·기관 모두 대표단을 맞이하면서 유리병,
사기 커피잔 등 다회용기를 사용했습니다. 뒷정리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환경을 위해 일상 속에서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방문 기업에서 나눠준 기념품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방문 기업 마다 한결같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소재로 된 기념펜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것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독일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5] 나무 소재로 된 기념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목표 설정,
독일 풍력계 제 2의 전성기 맞나?
최근 독일 정부는 포괄적 재생에너지법 수정안을 확정(’22.07.08)하여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재생에너지법 수정안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을 80%, 2035년까지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요, 정책이 시행될 경우 독일 풍력 산업계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상풍력은 독일에서도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인데요, 2008년 북해에 건설된 최초 해상풍력단지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총 27개 프로젝트 단지에 약 1,500개 총 7.8GW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북해 6.7GW, 발트해 1.1GW)이 작동 중입니다. 소규모 개발이 가능한 육상풍력과 달리 해상풍력은 주로 대형 개발 사업자가 사업을 주도하는 형태로, 경쟁력을 잃어가던 독일 조선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습니다.
※ 독일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주요내용 ○ (육상풍력) 현 56GW → 2030년 115GW(매년 10GW씩 증가) - 2032년말까지 독일 국토 2%를 육상풍력발전용으로 확보(현재 0.5%) ○ (해상풍력) 현 7.8GW → 2030년 30GW, 2035년 40GW, 2045년 70GW ○ (태양광) 현 59GW → 2030년 215GW(매년 22GW씩 증가) ○ 그동안 전기사용자에게 부과해 온 재생에너지 전환세(EEG levy)를 2022년 7월 종료하고, 연방정부의 ‘에너지·환경기금’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충당 |
해상풍력 기반 그린수소 생산 기대
해상풍력발전은 또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 또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일은 그린수소 생산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부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발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상풍력 연계 그린수소 생산이 가스 의존도를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독일해상풍력재단(German Offshore Wind Energy Foundation)이 2021년 9월 진행한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생산 잠재성’ 연구에 따르면, 현재 해양공간계획을 따를 경우 독일의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60GW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전부 그린수소 생산에 활용할 경우 그린수소 120톤 이상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6] 해상풍력 기반 수소 생산 프로젝트인 H2 Mare. (출처 : 독일해상풍력재단)
‘H2 Mare’는 해상풍력의 잠재성을 최대로 활용하여 수소 및 부산물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해상풍력발전기에 수전해설비를 직접 연결하여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데요, 그린수소 외에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 부산물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인포메이션 트립에서 방문한 독일 SeaRenergy Offshore Holding GmbH & Cie. KG는 해상풍력 사업자를 대상으로 운송·설치, 운영·보수 및 해체에 이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요. 컨설팅, 엔지니어링, 품질·건강·안전·환경(QHSE), 채용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SeaRenergy는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Zero-25’라고 불리는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2020년 시작된 내부 프로젝트로 모든 공정과 사업 과정에서 2025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내부 탄소 배출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ISO 9001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 검색엔진 ‘Ecosia’를 활용하고, 일회용 물병 대신 정수기를 사용하고, 전기차를 사내 공용 자동차로 활용하는 등 크고 작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진7] 독일의 검색엔진 스타트업 ‘Ecosia’. 검색 한 번으로 나무 한 그루를 심을 수 있습니다. (https://www.ecosia.org/)

[사진8] 프라운호퍼 IWES(풍력발전 연구소) 블레이드 데모센터 현장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응용 전문 연구기관이며, 산하에 다양한 연구소가 있습니다. 그중 프라운호퍼 IWES(풍력발전 연구소)는 국내외 풍력발전 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업계의 니즈를 반영하여 기업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부지 평가, 너셀(nacelle) 시험, 현장 시험, 부품 테스트, 전기 품질 검증, 수소 생산 등 다방면에 걸쳐 인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생산, 기능 시험, 유지 보수, 신소재 실험, 접착제 개발, 폐기(소각), 블레이드 재활용 등을 위한 블레이드 데모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9] THEC Offshore GmbH 운영진. (출처 : THEC)
방문 기업 중 한 곳인 THEC Offshore GmbH에는 놀랍게도 단 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설립된 신생 기업으로, 소수의 인력으로 해상풍력 공학이라는 기술집약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직원 수는 적지만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문 당시 젊은 엔지니어들의 열정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도시 하펜시티

[사진10] 하펜시티의 신축 건물들
‘하펜시티’에서는 오래된 항구의 창고들을 상업, 주거, 교육, 문화·레저, 관광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유럽 내 규모가 가장 큰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부지의 총 면적은 157ha이며, 연면적 250만m2의 건물들이 지어질 예정입니다(주거용 시설 7,500개, 상업용 시설 45,000명에 일자리 제공). 아울러 하펜시티는 수소 버스, 자율주행 전기 버스, 공유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사진11]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는 하펜시티
작은 기념품에서부터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이번 방문을 통해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는 독일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양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해상풍력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하고 서로의 교훈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랍니다.